7,8월같은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6월의 새벽기도찬양이 있었다. 뭐 새벽이라서 더위야 없겠지만 새벽기도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 것이다. 그 새벽기도의 열기가 우리 찬양팀의 연주란 변수때문에 급랭(?)할 수도 있으니 몇일전부터 약간 우려가 되었다.
원래 우리 바울선교팀의 반주는 조권사님이 열심히 봉사해 주셨다. 그런데 이번 주 필리핀으로 선교여행을 떠나셔서 나에게 잘 알아서 하라고 당부하시고 떠나가셨다.
처음에는 그냥 하면 되지, 하고 별로 의식하지 않았으나 새벽기도날짜가 다가오자 그래도 통기타맨인데 주님께 통기타 연주를 곁들여 주는 것도 의미가 있고 성도들도 새벽에 성령충만할 것같아 내심 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선곡을 해야하는데 갑자기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것이 주님의 계시(?)인지 왜 하필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떠올랐을까? 그 장면은 타이타닉의 침몰이 진행될때 오케스트라가 진정한 마음으로 연주했던 그 찬송가338장 내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이었다.
8분의 6박자 왈츠!! 오~ 결정했다.
새벽기도찬양날이 되어 새벽 4시 50분에 교회 연습실에 도착하고 조율을 하고 혼자 아르페지오로 연주해 보았다. 손가락이 잠에서 덜 깨었는지 약간 술취한듯 했지만 그런데로 쓸만했다.
몇몇 회원들이 5시전후로 도착하자 준비한 아르페지오로 반주해 보았다. 아르페지오가 난해한지 회원중 일부가 박자개념없이 마구 불러댔다.
내주를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고 주님이 시끄러워 할 것같았다. 그런데 그런 몇몇 회원들이 어렵다며 그냥 아카펠라로 하잔다.
뭐? 이 새벽에 아카펠라? 프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그 아카펠라로?!! 아카펠라를 무슨 랩으로 아는가 보지? 한숨이 나왔다.
화가 치밀어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 용감한 회원 몇몇이 아카펠라 랍시고 부른다. 가관이다. 이게 찬양이냐? 혹은 군가냐? 소리만 꽥꽥 질러댄다. 소름끼쳤다. 화가 났다.
20분 남짓한 연주시간이 벌써 중후반으로 흐르고 있다. 빨리 결정해야했다. 냉정하게 안된다고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과시 보다는 주님과 성도들이 들을 만한 찬양을 해야된다고 설득하고 통기타 반주를 통과시켰다.
대신 아르페지오 말고 스트록 반주로 슬로우템포로 연주하니 약간 좋아졌다. 연습이 부족했으나 마무리를 해야 했다.
목사님이 성경봉독을 마치자 우리는 마침내 스테이지에 섰다.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주님만이 아신다.
일렬로 회원들이 서서 도열해 있다. 나는 앉아서 숨을 한번 내쉬고 스트록을 감행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는데 어? 회원들이 부르지 않고 가만히 있다. 결국 나 혼자 독창하는 모습인데, 회원들이 갑자기 긴장한 것같다. 전주는 없는데... 서로 눈치만 보고 나는 지금 혼자 부르고 머리속이 하얘졌다.
이노릇을 어떡한다. 모기 소리만하게 노래 부르다가 과감히 끊고 다시 스트록을 치니 그제사 회원들이 잠에서 깬듯 놀라서 부른다.
내가 혼자 노래할때는 내가 타이타닉처럼 침몰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회원들이 나를 침몰에서 구제해 주었다.
할렐루야~ 중간에 간주가 있었는데 평소에 잘 되었던 아르페지오가 오른손의 갑작스런 마비증상으로 떨림이 있었다. 아마 많이 흥분을 했었나 보다.
그러나 주님은 타이타닉같은 침몰에서 나를 구원해 주셔서 나머지 연주를 무난하게 해 주셨다.
비록 약간의 실수는 있었으나 최선을 다한 회원들에게 감사 문자를 전송했다. 몇몇 회원들이 수고했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이 모든 연주를 주관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함께한 회원님들에게 앞으로 좀더 성숙한 연주를 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