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울 게 기타잡은 년수밖에 없어서 실력은 아직 1년 친 사람들 실력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이 실력을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저에게서 기타를 배우겠다는 사람도 매년 생긴다는게 참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어느땐가 생각해보면 제가 왜 지금껏 기타를 잡고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느 하나에 쉽게 질려버리는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안질리게 한 거는 "숨쉬기운동, 밥먹기, 자기, 화장실가기(;;), 교회가기(한 6주정도 방황시기 제외.), 프로레슬링 시청, 기타치기"밖에 없을 정도로 매사에 왠만한 것에는 쉽게 매력을 못느끼게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저와 기타와의 인연의 시작은 8년전, 고등학교를 들어갈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방황(위의 ~)을 마치고 다시금 교회로 찾아가서 평소처럼 교회활동을 하고 있을 때, 한 전도사님께서 제 친형과 저에게 기타를 배워보겠냐고 했습니다. 형은 좋다고 했지만 전 별로 기타에는 매력을 못느꼈습니다. 그래서 안배우겠다고 했고, 형은 그 후로 매일마다 집에서 교회에서 빌려온 기타를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는 겁니다. 몇번 만져보았지만 손가락만 아플 뿐이었지요. 전 당연히 쉽게 포기했습니다. 기타같은건 안배운다고 하면서.
그런데, 형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면서 곡을 한곡, 두곡 치기 시작한 겁니다. 그걸 매일 듣고 있던 저는 어느새 그 기타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되었습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저는 애써 기타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했지만 제 귀는 솔직했지요.
결국, 형한테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운지하는 법부터 코드잡는 방법, 스트로크, 피크 잡는 법 등을 배우면서 기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구요, 나중에는 제가 집에서 기타를 치는 시간이 형보다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기타를 매일마다 쳐오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중간에 권태기 비슷한 것(?!)을 기타에게 느껴서 기타를 안쳤던 적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권태기를 극복하고 다시 기타를 잡는가 하면 또다시 오는 권태기에 기타를 놓고, 이 순환을 반복하다보니 기타실력은 정말 천천히 늘어갔습니다. 안친것보다는 나은데 년수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실력을 가진 것이지요. 대신 화성악쪽으로 관심이 지속되어서 코드를 심층분석하고 각 코드마다의 특징을 연구하는 등의 성과는 이루어냈습니다. 그래도 기타를 잘치는 플레이어의 영상을 보면 저도 나름대로의 기타에 대한 열의가 생깁니다. (그때까지입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기타를 잡게된 이야기를 끝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은 정말 감사드리고, 다 못읽고 넘기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