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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유학중인 제게 기타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글쓴이 : JeremySong 날짜 : 2012-05-18 (금) 18:39조회 : 10597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가입한 회원입니다.

저는 18세에 필리핀으로 유학을 와서 지금 19세가 되었는데요.

나이도 나이다보니 열심히 공부를 해야되는 입장이었고,

17년동안 살던 한국이 정말 그리워질 때도 많았습니다.

이 곳 학교는 졸업하기전에 무조건 두 가지 악기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되는

제도가 있어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악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18살까지 악기는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여서 좀 떨리긴 했지만,

까짓거 배우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요. 하하

옛날부터 정말 멋있어보였던 일렉트릭 기타를 선택해서, 앰프 20만원, 기타 20만원에

필리핀 제품을 사서 몇 번 연습했죠. 중간 중간에 많이 고장도 내먹고

수리비도 많이 들어서 참 애먹었어요... 다행히 집이 좀 여유가 있어서

수리는 그때그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따로 선생님이 없고

독학을 하거나 선배가 가르쳐 주거나 했는데, 제가 온 날짜에 바로 일렉 기타를 치는

선배가 졸업을 해버리는 바람에 독학을 하게 되는 입장에 처했죠...

고작 파워코드 몇개와 찬양 애드리브를 익히고 찬양반주(기독교학교여서요.)를

하다가 너무너무 지루한거예요... 그래서 일렉과 비슷한 통기타를 잡았죠.

주변에서도 일렉을 잘 치려면 통기타 코드를 많이 쳐보라고 하던 소리도 들어서

전부터 코드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찬양에는 일렉기타보다는 통기타 반주가

더 낫겠다...하는 마음이 들어서 통기타를 조금 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드는 웬만해서 전부 다 알게 되었고요. 하지만 통기타는 제게 없어서

항상 후배의 것을 빌리곤 했죠. 그때마다 항상 미안했고, 염치가 없어서

살짝 괴로웠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통기타를 좀 칠줄 아는 어떤 형이 기숙사에서 기타로

황혼을 치고 있는걸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유치하지만)

"이건 신의 솜씨다!" 라고 할만큼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기타 한대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지? 그리고 음악은 왜 이렇게 좋은거야..?

전 그때부터 잘때도 황혼, 밥먹을 때도 황혼... 정말 머릿속에는 황혼 멜로디만

가득차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 중 이 학교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옛날 형들이 황혼을 맨날 치는걸 계속 들어서 질렸다고 하지만...

그당시 저는 '핑거스타일' 이라는 장르에 완벽히 매료되었죠. 그리고 바로

황혼 악보를 구했습니다. 황혼을 치던 그 형은, "너는 아직 기초가 부족하니

크로매틱 연습을 하고, Like Wind나 Wind Song 같은 쉬운 곡부터 먼저 연습해라."

라고 말했지만, 저는 황혼이 아니면 금방 지루할 것 같아서 초짜 주제에

도전 먼저 했습니다...하하.

정말 죽도록 연습했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손가락에 또 피멍이 들어서

다른 일을 할때 그 부분을 툭 치기만해도 찌릿찌릿 거리는 그 아픔...

이미 왼손 손목은 지나친 연습 때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가벼운 친목 농구를

하자고 형들이 제의했을때 저는 (농구를 좋아하는데도) 빠져야겠다고 해서

눈초리를 좀 받았습니다. 하하. 그럴만큼 연습해서 한달이 꼬박 지나고,

황혼을 전부 암보 및, 정상 속도에 따라갈 수 있고, 기술들을 칠 수 있었을 때 저는

정말 환호했습니다. 내가... 내가... 정말 17년동안 피아노 학원 한달 다닌 내가

이런 곡을 치다니..


그때부터 저는 통기타를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얼굴에 철판을 깔아놓고 후배에게 부탁하던 터라, 후배의 기타는

완전 제 것이(?) 되어있었고, 저는 Mombasa 라는 곡에 매료되어서 그 곡을 연습했죠.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했습니다. 겨우 입문곡 뗀 초짜가 그런 기술많고 어려운 곡을

할 수 있을까?... 황혼을 치던 그 형도 무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질이 뭐 같아서 (^^;;) 주위에서 그러면 그럴수록 이 악물고 했습니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황혼을 10번 이상 완주한뒤에 손을 풀고

(이것때문에 기숙사 애들은 황혼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합니다...ㅠㅠ)

Mombasa를 연습했습니다. 결국 그 곡도 완주가 끝났을땐 6주가 걸렸었고,

저는 이제 핑거스타일이라는 장르에 첫 발을 내딛은 '유아'에서 '초보'로 등업(!)

했다는 느낌이 들었죠...ㅠㅠㅠ

그 이어서 Wind Song, 하루하루를 포함해서 곡 레퍼토리가 10개가 넘고,

 지금은 Fight와 안젤리나를 동시 연습 중입니다.

교장선생님이며, 사감선생님이며, 주위 친구들, 필리핀 학생들도

이제는 제가 우리 학교에서 기타를 제일 잘 치고,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있어요. ^^ 기쁩니다.




지금 19세인 저는, 유학생이라는 신분 덕분에 수험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늘도 기타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의 기타로요..)

제 통기타는 없지만, 빌려가면서 연습한 실력으로 졸업식 무대도 서보고,

학교 악기동아리 부장도 달게 되었습니다.

기타는 제 10대에서 늦게 발견했지만,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한국을 떠나와서 향수병에 걸린 저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치유해줬고,

제게, '더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목표의식을 주었습니다.

필리핀이라는 제약된 환경 속에 있지만, 열심히 하려는 목표와 노력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걸 제게 몸으로 보여준 기타.

이런 기타를 정말 저는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기타 치러 가보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P.S. 졸업식 때 솔로기타로 선 무대와, 일렉기타로 밴드에서 연주한 사진 올립니다.^^
NiceGuy7 2012-05-19 (토) 01:02

멋지네요~~~ 연습 마니 하시구 좋은 연주자 되세요~~^^ㅎ
     
     
JeremySong 2012-05-20 (일) 12:29
감사합니다~!
희사랑 2012-05-19 (토) 20:38
너무 멋집니다... 아직 30년동안 박자 못맞추는 나에 비하면...대단 대단..
     
     
JeremySong 2012-05-20 (일) 12:29
하하.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ㅠ
고난도 2012-05-20 (일) 22:01
멋있네요... 더욱 열심히하세요.. 화이링~
     
     
JeremySong 2012-05-22 (화) 13:25
고맙습니다~
석구 2012-05-21 (월) 11:09
정말 쭉~ 읽었습니다! 너무 멋지고 기분이 좋은 글이었어요^^ 감사해요~
     
     
JeremySong 2012-05-22 (화) 13:25
별말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바로크 2012-05-21 (월) 17:59
저도 쫙 읽어봤는데 감동적입니다 타지에서 외로움과 힘든일도 있지만 기타를 통해 이겨내고있군요~목표하는바를 이루기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도 멋져요~ 10대가 기타잡기에 늦은 나이는 아닌거 같아요~ㅋㅋㅋ 저는 25살때 처음 기타잡았거든요~앞으로도 기타연주 즐겁게 하시길바래요~
     
     
JeremySong 2012-05-22 (화) 13:26
우와... 그렇군요. 저도 더 힘낼께요 
등꽃향아 2012-05-22 (화) 10:43

우와 이렇게 기타에 열정히 대단하신분이 있다니.. 저도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학생이라 향수병은 정말 뼈저리게 느낍니다. 더구다나 5년 같은 곳에서 유학하다 이제 대학가려니 다시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핑커피크 스타일 너무 좋아합니다ㅠ 정말 본받고 싶은 열정입니다! :)
     
     
JeremySong 2012-05-22 (화) 13:27
유학생ㅠㅠ 너무 본국이 그립고 그만큼 공부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죠..
공감 감사합니다. 기타로 이겨내고 자랑스럽게 한국에 돌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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